이 땅의 운동선수를 생각한다

이 땅의 운동선수를 생각한다

이 땅에서 운동선수들의 삶에 대한 관심은 천안초등학교 축구부의 합숙소 화재로 인한 어린선수들의 사망과 대학의 한 야구선수의 자살, TV에서 방영한 운동선수들이 생활하는 합숙소의 실상으로 시작되었다. 그것도 몇 달되지 않아서 망각의 늪으로 빠지고 말았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는데 위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인의 냄비근성 때문인가 아니면 사고불감증, 도덕불감증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으나 이제 이와 같은 유형의 사고에 너무 익숙해져서 사람들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이 나라에서 살아남기도 힘이 드는데 자신의 생존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문제에 대하여 관심조차 가지지 않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항상 그래 왔기 때문에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현재 한국의 현실에서 인권의 사각지대로 말할 수 있는 운동선수의 삶은 늘 관심의 대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대개 운동선수들은 운동만 하는 아이들, 친구가 없는 아이들 아니면 매일 감독으로부터 맞는 아이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라는 인식이 이웃들에게 그렇게 각인되어왔다. 운동선수들은 인간이하의 대우를 받으면서 폭력에 노출된 특수한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운동선수에게는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그러나 누구도 이 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이제는 운동선수들의 삶에 대해서 사회 전체의 반성과 비판이 필요하다. 대책 없이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해결되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는 이제 금물이다. 그동안 알면서 침묵하고 이를 당연하게 인식한 것이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운동선수들은 인간다운 삶을 살아보지 못하고 승리라는 목표를 향해서 자신들의 욕구를 죽이면서 운동으로 하루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운동선수들은 도구화와 비인간화는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선수들의 삶에 대한 관심은 빠를수록 좋다.

한국 운동선수들의 문제점은 운동선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인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 사회 속의 운동선수들의 삶은 단절된 제한적인 삶의 모습이 아니라 사회 모든 현상들이 축소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만약 스포츠가 사회의 작은 축소판이라고 한다면 그 속에 삶을 살고 있는 한국인의 문제들은 고스란히 운동선수들에게도 반영되어 나타난다. 1등 지상주의와 결과주의, 승리지상주의가 깊게 물든 우리사회 속에서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만 중시하는 각박한 사회의 분위기가 운동선수들에게 사회의 암적인 부분을 그대로 반영시키고 있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운동선수들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고 우리사회 모든 것이 변해야 한다. 노력한 사람이 정당한 대가를 받고 노력한 운동선수가 승리할 수 있는 기본 토대가 바로 잡혀야 한다. 그래야 합리적이고 투명한 스포츠의 실현이 가능하다. 그런 사회가 지속적 성장이 가능한 사회라고 볼 수 있다. 학연, 혈연, 지연 등 연고주의가 강하게 사람들을 발목을 잡고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후진적인 삶의 분위기에서 쇄신해야 한다. 모두들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우선 선수 선발과정과 운동선수의 학사관리 제도를 과감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선결문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운동선수로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최소한의 수학능력 수준을 지금 보다는 훨씬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하여 합리적인 기준선이 정해져야 한다. 이러한 기준에 의해서 대학에 입학한 운동선수라 할지라도 학점취득과 졸업에 관한 규정은 일반학생과 동일한 조건 하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그리고 모든 대학의 운동선수들이 같은 규정하에서 운동과 학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준수하기 위한 기구가 결성되어야 한다.

파행적으로 운영된 우리나라 운동경기는 경기 실적을 통해서만 대학입학의 특전을 얻는 운동선수들 위주로 행해져왔다. 운동선수들은 학교 내에서 특권의식을 가진 집단이 되었다. 공부는 하지도 않고 성적은 유지되고 운동시설을 독점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게 되었다. 그로 인해 운동선수는 운동선수대로 수학능력의 저하를 가져왔다. 이러한 사실은 과거 오래 전부터 인식되어왔던 것이지만 과거시대의 사회적 여건과 제도 등에 의해서 간과 되어왔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서 원칙이 중요시되고 그에 따라 개혁이 요구되고 있다. 사회적 요건이 이제는 충분히 형성되었기 때문에 운동선수들의 삶의 조건들이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운동선수들이 변해야 사회 전반을 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운동선수들의 행복한 삶을 위하여 필요한 것은 운동선수 자신의 의식과 사회적 제도를 바꾸어 나가는데서 시작된다. 하지만 사회적 제도만으로 운동선수들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운동선수 자신의 변화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사회화되는 운동선수는 자신에 의해 사회를 바꿀 수도 있는 힘을 가진 존재라는 자각과 더불어 선수 자신의 역량과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을 스스로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제도에 의한 수동적 자세보다는 능동적 자세를 가진 운동선수의 모습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사회적 제도의 변화라는 초석 위에 개인의 능력향상을 위한 노력들이 더해질 수만 있다면 그 보다 더 이상적인 것은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하여 공부하는 운동선수들이 많이 늘어나야 할 것이다.

참조: 건강에 대한 강박관념이 건강을 해친다